편집 일기

사회 진보가 자연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아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작성자
틔움출판
작성일
2016-10-22 19:12
조회
1671

약 10여 년 전, 태국의 한 지방 도시 노천 카페에 앉아 있었습니다. 햇볕이 너무 강해 선글라스를 낀 채 시원한 열대 과일 음료를 먹고 있었는데요. 현지 카페 종업원이 황급히 오더니 실내로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왜그러냐고 물으니, 멀리 하늘을 가리키며 곧 비가 올거라고 했습니다. 제 눈에는 그저 멀리 있는 약간 검은 구름 뿐이어서 괜찮다고 말하고 그냥 앉아 있었죠. 거짓말처럼 5분이 지나자 비가 화끈하게 쏟아졌습니다.

사회 진보는 인간 본원적 능력의 퇴화를 발판 삶아 이루어진 듯 합니다. 고급 시계를 찬 현대인은 태양을 보며 시간을 파악하는 능력을 잃었고, 슈퍼 컴퓨터로 기상을 예측하는 현대인은 문 밖에서 전해오는 자연의 기운으로 하루 날씨를 가늠하는 능력을 잃었습니다.

더 우려되는 것은 현대 사회의 진보가 자연의 희생을 발판 삼아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무더위가 한참이던 2주 전, 친구와 가까운 관악산을 다녀왔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 흙에서 느낀 온도는 도심 아스팔트 도로의 온도와 5도 이상 차이가 나는 듯 했죠. 사회 진보가 전기를 싸게 만들어 누구나 에어컨을 펑펑 쓸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 아니라, 도심 녹지를 확대하여 도심 온도 자체를 낮추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회는 결코 진보하지 않는다. 한 부분이 진보하면 즉시 다른 부분이 퇴보한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입니다. 자연 회복력과 인간 본원적 능력이 퇴보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회 진보를 이루는 것이 우리의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