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일기

좋은 회사, 좋은 사회

작성자
틔움출판
작성일
2019-11-10 23:05
조회
1194
1. 2012년 <굿컴퍼니>라는 책을 펴내고 이런저런 행사를 하며 겪었던 일입니다.

당시 남양유업의 갑질 사태와 SBS 리더의 조건에 제니퍼 소프트가 나오면서 "굿컴퍼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컸습니다. 덕분에 부족한게 많은 책이었지만 반응이 좋았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책의 주요 내용은 기업이 주주 이익 확대를 위한 노력뿐 아니라 종업원에게는 좋은 고용주, 소비자에게는 착한 판매자, 사회에 대한 선량한 집사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번역을 했던 분들과 굿컴퍼니 관련 세미나를 진행했었는데요. 한 참석자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신입사원인데요. 책 내용을 보니 굿컴퍼니를 만들기 위해 종업원이 어떻게 해야하는지가 없습니다. 신입사원으로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요?"


책에는 나와 있지 않은 내용이었기에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선 불편부당한 상사의 지시나 불법적인 기업 활동을 묵과해서는 안 됩니다. 쉽지 않겠지만 당당하게 맞서야만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꾸고 굿컴퍼니가 될 수 있습니다."

2. 얼마 전 유시민 이사장이 김경록PB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면서 KBS가 곤혹을 치렀습니다. 그 후 KBS의 공식 반응은 오히려 시민의 공분을 샀습니다. KBS 기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습니다. 속시원히 말해줄 KBS 기자 친구가 없기에 <저널리즘 토크쇼J 라이브>와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이라는 유튜브 방송을 보며 분위기를 조금 파악했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라이브>는 KBS 직원이 정세진 아나운서 한 명 뿐이라 내부 생각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을 보며 기자들의 생각을 조금 알 수 있었는데요. 제가 받은 인상은 이렇습니다.

"잘못은 했지만 내가 법조팀 기자였어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똑똑하고 혈기 넘치는 젊은 기자들의 자조 어린 해명이 답답했습니다. 잘못임을 몰랐다면 어리석은 것이고, 알았다면 정의를 포기한 것입니다.

3. 뚝은 폭탄이 터지지 않는 이상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습니다. 작은 구멍과 균열에서 시작되죠. 저의 30~40대를 되돌아 봤습니다. 저는 맞서기보다 떠났던 사람이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부당한 지시나 잘못된 관행에도 제 목소리를 내는 기자와 검사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우리 사회도 "굿소사이어티"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