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일기

도서정가제와 부가가치세

작성자
틔움출판
작성일
2020-09-08 16:28
조회
1255
책의 지위를 포기하면 될 일입니다.

도서정가제 논란이 재점화되었습니다. 1년여에 걸친 출판계와 서점계, 그리고 소비자 단체 등이 모여 합의한 도서 정가제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재 논의를 주문하면서 다시 시작되었는데요. 이러 저런 얘기를 들어보면 웹툰과 웹소설을 유통하는 거대 기업들이 보다 탄력적으로 가격을 정하며 시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정부에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웹툰과 웹소설을 도서정가제 적용에서 예외로 하기엔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일반 전자책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웹툰과 웹소설을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 적어도 전자책 분야에 있어서는 도서정가제가 폐기되는 것과 같은 효과나 나타날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들 거대 유통 기업들이 도서정가제의 틀 안에서 예외조항을 만들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지적하고 있지만 아마 "책"에 적용되는 부가가치세 면세 혜택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서정가제는 책 가격만의 문제가 아닌데요. 도서정가제에 적용을 받는 책에는 부가가치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부가가치세를 먼저 살펴볼까요. 부가가치세는 대표적인 간접세로 나이나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부과됩니다. 즉, 어린아이가 사탕 하나를 사 먹어도 10%의 세금을 납부한다는 말이죠. 이렇다 보니 전체 국세 총액에서 부가가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나들며 소득세, 법인세와 함께 3대 세수항목으로 꼽힙니다.

부가가치세는 소득분배 측면에서 저소득층의 세부담을 줄이고,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소비를 적극적으로 권하며, 공급 측면에서 해당 상품의 공급 확대를 권장할 때 면세가 됩니다. 책에 부가가치세를 매기지 않는 충분한 이유처럼 보입니다.

웹툰과 웹소설 유통업체가 도서 정가제를 피해 탄력적으로 가격을 매기고 싶다면 부가가치세 면세의 혜택을 포기하면 됩니다. 도서로 인정받기 보다 영화나 동영상 처럼 기타 콘텐츠의 지위를 갖고 정당하게 부가세를 내며 시장에서 활동하면 된다는 말이죠.

그러면 국세 수입도 늘어날 것입니다. 2018년 자료를 보면 웹툰과 웹소설의 시장규모는 약 1조2천억원에 이른다니 거의 1,200억 원 가량의 국세가 늘어나겠네요. 책의 지위를 포기하면 될 일입니다.

도서정가제 예외 조항을 만들어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출처

1. 부가가치세 설명: 나무위키 "부가가치세"
2. 부가가치세 국세 비율: 통계청 "연도별 국세 실적"
3. 부가가치세 면세 근거: 국가예산정책처 "2017 조세의 이해와 쟁점"
4. 웹툰 웹소설 시장 규모: KT경제경영연구소 "2019 모바일 시장 현황 및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