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일기

갑질 저자 경험

작성자
틔움출판
작성일
2018-04-01 23:16
조회
1669
출판사를 시작한지 한 3년 정도 지났던 때로 기억합니다. 지금부터 5년 전쯤 됐네요.

당시 2~3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와 출간 계약을 하고는, 일정과 원고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 저자와 사소한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의견 차이는 항상 있는 것이라 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약 3시간 후에 전화가 왔습니다. 약간 혀 꼬부라진 소리로 ‘영화에서 깡패 역할을 하는 황정민이나 할 수 있을 법한’ 온갖 상스런 욕을 제게 퍼부었습니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저야 머 이런 것에 크게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속으로 ‘미친놈’ 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1시간 정도 후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더군요. 저는 “선생님 사과는 받겠습니다만, 계약은 취소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당시 사업을 하던 몇몇 친구들은 제 이야기를 들으며 “넌 아직 사업하려면 멀었어”라는 눈빛을 보내 조금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제 생각과 행동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계약을 유지했으면 돈은 좀 더 벌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킬 수는 없었겠죠. 세상에는 돈 보다 더 중요한게 많거든요.

갑질이나 성희롱를 하는 가해자는 늘 상대의 약한 고리를 집요하게 노립니다. 이들이 노리는 약한 고리에 본인 스스로가 구속되어 있으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없는 사회에서 사는게 가장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사람들은 늘 있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겁니다. 이들 앞에서 당당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세운 삶의 가치를 본인 스스로가 존중해야 합니다.

내가 끔찍하게 아끼고 존중하는 내 삶의 가치가 있어야, 상대도 그것을 아주 조금은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을까요?